라이카, 영감의 도구
학과 수업에서 제대로 맛을 본 '사진'
이후 미대에서 더 심도 있는 수업을 더 들었고
그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사진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때 교수님은 현재 서울예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프로로 가기 전 사진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아주 푹 빠져있던 사람이었다.
학과 수업이나 친구들과 놀던 시간이 아니라면 거의 충무로 어딘가에서 배회하고 있었고
무시로 나간 충무로엔 형, 동생, 친구들로 그득했던 때였다.
디지털카메라가 없었을 시기였고
있다고 해도 거의 걸음마 수준으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때였다.
충무로 키드로 당시 네거티브필름은 안중에도 없었고
거의 대부분의 사진을 포지티브 그중에서도 벨비아, 프로비아, e100vs 등 주옥같던 컬러를 보여주던 시절이었다.
남대문에서 산 FM2로 시작된 사진은
콘탁스, 핫셀블라드를 거쳐가며 경험치를 쌓아가고 있었고
충무로 카메라 숍 쇼윈도에 작지만 거만하게 놓여있던 카메라
'라이카'를 흠모했더랬다.
학생 신분으로는 감히 손대기 힘든 가격
바디가격만으로도 그러한데
렌즈 가격은 그보다 더했다.
(그때도 지금도 라이카는 비싸다.)
그러다 결국 M6에 주마론35mm로 라이카를 경험하게 되었고
그 불편한 조작과 부담스러움에 오래 가지고 있지 못했던 기억
프로가 되어서도
라이카는 눈 밖에 있었고
일하는 사진이 아닌 노는 사진에서
동네 친구 이 교수의 조력으로 라이카 속에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라이카는 비싸다
디지털로 이동해오면서 그 양상은 더 심해졌고
단지 사진의 좋고 나쁨을 떠나
소유해 보고 싶은 (하지만 먼 느낌) 정도의 거리감을 가진 이들이 많으리라
비싼 영감의 도구
아무튼 7명의 라이카 유저 인터뷰가 담겨있다.
박찬욱 감독, 하시시 박 정도는 알지만 나머지는 모르는 사람들
박찬욱 감독은 사진이라는 매체로 발을 들였다고 한다.
이후 영화감독이 되었지만
사진으로부터의 영향을 작업에 녹인다고 했다.
은퇴 이후 사진가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고
그가 촬영한 사진은 꽤나 흥미로웠다.
흰머리는 비슷한 것 같은데
저 현현한 아우라가 내겐 없어 보인다.
다른 인터뷰 또한 술슬 읽힌다.
인터뷰라는 방식 자체에서 오는 편안함과
대화를 옮기는 과정에서 추려진 글이
꼭 사진 같다고 생각되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라이카를 들이게 되었고
저런 이런 이유로 영감을 주는 도구라고 말하고 있었다.
라이카가 진정한 영감이 도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발전되는 기술의 시대에서 가능한 최대한 보수적인 태도로 그들과 대면하고 있고
레인지파인더 방식이라는 구조적인 제약
그로 인한 촬영의 불편함을 극복해 내는 (익숙해지는) 경험이
마지막으로 그렇게 버터 오면서도 가장 비싸게 소비자와 만날 수 있게 하는 능력까지
그러한 의미로의 도구가 되는 이유겠지 했다.
구조와 형식은 그래서 중요하다.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알아서 대체해 주는 '기술'이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지만
불편함을 유지하고 내가 다 알아서 결정해야 하는 그래서 간혹 촬영을 실패할 수도 있는 과정에서 만들어주는 부분도 있다.
그것도 높은 비용을 들여서 말이다.
너무 멋진 글 입니다. 함께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리고 깊이 공감합니다..^_^